[AI 전문가에게 듣는다] ④ IoT에 생명 불어넣는 ‘온디바이스 AI’ 연구 집중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삼성전자는 서울, 미국 실리콘벨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7개 지역에 AI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AI는 과연 어떤 기술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까? 삼성전자 뉴스룸이 세계의 삼성리서치 AI센터 리더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 트렌드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있어 화두 중 하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다. 온디바이스 AI는 네트워크나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기기의 컴퓨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른 AI를 구현하는 동시에, 개인정보보호 등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온디바이스 AI의 강점이다.
삼성리서치(삼성전자 세트부문 선행 연구개발 조직)의 영국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이러한 온디바이스 AI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AI 전문가에게 듣는다〉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케임브리지 AI센터를 이끌고 있는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센터장과 만나 온디바이스 AI가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와 삼성의 연구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 연결만 된 IoT? No!
블레이크 센터장은 “온디바이스 AI는 사물인터넷(IoT)에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강조한다. 기기들이 단순 네트워크로 연결돼 기능을 실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체 AI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TV를 켜고 가전을 제어하는 단순 IoT와 달리, 온디바이스 AI가 결합될 경우 사용자의 생활방식이나 사용패턴을 분석해 기기 스스로 상황에 따른 최상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것.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온디바이스 AI에 기반한 IoT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AI 기반 IoT가 잠재력을 발현하려면 ‘제품 간 끊김 없는 연결’, ‘편의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AI 기술’이라는 양대 축이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AI와 IoT가 만나 우리 생활을 변화시킬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의료와 건강 부문을 들었다. 사용자의 생활패턴, 운동, 식사, 건강 등 정보를 기기 간 연결하고 분석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풍부한 하드웨어 자원, “이제 만개할 시기”
블레이크 센터장은 매년 5억 대 가량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군이 온디바이스 AI의 미래를 펼칠 ‘핵심 자원’이라고 꼽았다. “삼성전자의 폭넓은 제품군과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감안했을 때, 지금이야말로 삼성의 AI 역량이 꽃을 피울 최적의 시기”라는 설명이다.
그의 말을 옮기면 온디바이스 AI는 하드웨어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폭넓은 기기를 확보한 삼성전자 앞에 ‘황금 같은 기회’가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매개체다. AI 기능 역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구현되며, 이렇게 하드웨어와 결합된 AI 알고리즘은 연구실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발휘한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케임브리지 AI센터의 도전 가운데 하나는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삼성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Tool)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 현시점에 여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수많은 기기들이 인간 삶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풍요롭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란 지적이다. 단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들을 연결하는 데만 치중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시제품(프로토타입) 제작에만 치중하는 학문적 접근법을 벗어나,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체감할 수 있는 AI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I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과 생활의 편의성 측면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대두하곤 한다. 기술이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보안 위협도 커질 수 있는 것. 블레이크 센터장은 “AI를 스마트 기기에 폭넓게 적용하기 위해선, 사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며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기 때문에 보안에 강점이 있으며, 연구개발 과정에서 안전한 데이터 관리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학문의 결합으로 인간중심 AI 추구
AI 하면 복잡한 전자공학과 수학, 과학 등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케임브리지 AI센터는 다양한 학문을 바탕으로 인간행동이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사용자 중심의 AI는 사람들의 일상에 파고드는 것”이라며 “기술에 중점을 두기보다 다양한 학문으로 접근해 인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이뤘을 때, 삼성이 추구하는 ‘사용자 중심의 AI’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시스템 디자인 분야와 심리학 같은 인문학 분야를 연결지어,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행동을 이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간의 감정을 인식해 행동을 이해하는 연구에 방점을 두고, AI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식과 연구의 요람, 케임브리지
삼성리서치 케임브리지 AI센터는 학문의 도시로 유명한 영국 잉글랜드 케임브리지에 자리해 있다. 이곳은 대학도시 특유의 연구 정신과 로봇공학, 의학, AI,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을 아우르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AI 연구의 중심지로 꼽힌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강렬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IT 생태계와 풍부한 인력 네트워크, 그리고 런던-옥스포드-케임브리지로 이어지는 ‘골든 트라이앵글’ 입지는 우리 센터만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유수의 AI 전문가들도 포진해있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케임브리지 AI센터에 합류하기 전 앨런튜링 연구소장과 마이크로소프트(MS) 케임브리지 연구소장을 거쳤다. 40년 이상 AI 연구에 매진하며 머신러닝[1]과 AI 알고리즘 분야에서 입지를 쌓았다. 또 감성과 행동인지 컴퓨팅 분야의 전문가인 마야 팬틱(Maja Pantic) 박사, 임베디드 AI 분야 전문가인 닉 레인(Nic Lane) 박사 등이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머신러닝, 머신비전, AI 네트워크, 컴퓨터 인지 등 분야에서 뛰어난 AI 연구자들이 모여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
블레이크 센터장은 “케임브리지 AI센터는 각계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물 흐르듯 주고받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삼성의 다른 글로벌 AI센터와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센터 간 상호 협업하며 보완·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삼성전자 연구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블레이크 센터장은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열린 ‘다트머스 회의’를 소개하며 말을 맺었다. 이 회의는 세계에서 AI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다트머스 회의가 열리던 해에 태어난 본인은 지금까지 40년 넘게 AI를 연구하며 학문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제 그 결과가 우리 일상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1]AI의 한 분야로 데이터 기반 학습 시스템을 개발하고 패턴을 파악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규칙이나 모델에 의존을 하지 않고, 자기 학습을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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